미국에 온 첫 주말 !
아시는 분이 미국에 살고 계시다 하여,
그 분을 만나뵈러 Solvang(솔뱅)이라는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Solvang은 유럽식 건물로 이뤄진 마을로 유명한 관광 장소 입니다......만,
해가 진 저녁 무렵에야 도착했고, 건물은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따로 Solvang에 대해 얘기해 드릴 부분은 없고,
그 곳을 다녀오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면 현재 제가 묵고 있는 Milpitas(A)에서 Solvang(B)까지 간 길입니다.
좀 더 확대해서 보면,
얼마 안되어 보이는 저 거리가 약 255 mile.(약 41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 정도 됩니다.
얼마 안되어 보이는 거리가 저 정도니...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땅덩어리가 큰 지...감이 오시나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 허허벌판에 참 땅이 넓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미국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 달리 Freeway라고 해서 따로 요금을 내지 않습니다.
신호등도 없고, 과속단속카메라도 없고, 그냥 길이 쭈~~욱 이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방식의 휴게소도 없습니다.(동부 지역에는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가거나 기름 넣으려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빠져나가는 길도 잘 없습니다.
한 번 놓치면 또 그대로 쭈~~욱 가야합니다...
Milpitas에서 Solvang까지 왕복거리가 약 820km 정도 입니다.
하루 당일치기였고, 시차적응도 안되어 있고, 오랜 운전으로 피로가 겹겹이 몰려왔습니다.
숙소에 얼른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달렸습니다.
제한속도가 65~70mile(100~110km) 정도 되는데, 딱 10mile 더해서 75~80 mile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차 바로 뒤로 차 한 대가 바짝 붙었습니다.
‘많이 급한가보다. 비켜줘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안쪽 차선을 달리고 있었고, 바깥 차선에 있는 차를 앞질러 그 차선으로 비켜주기 위해 속도를 더 냈습니다.
그러자 뒷 차 범퍼에 이상한 라이트가 나타납니다. LED를 붙였는지 개조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뒷 차가 많이 급한가?’ 싶어서 더 속도를 높였습니다.
경광등이 들어옵니다. 빨강파랑빨강파랑빨강파랑빨강파랑...
방송도 합니다. 영어로 '차를 옆으로 세우세요.'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U.S.A. 경찰차였습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제 옆 좌석에 미국 생활을 조금 해보신 분이 있었고, 이럴 때 대처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 운전 중에 미국 경찰 검문시 행동요령
1. 차를 세우고, 운전자 측 창문을 내린 후, 두 손을 핸들 위에 올려둔다.
- 이유 : 미국은 총기가 허용되는 곳이라서, 핸들 위로 두 손을 올려 총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합니다. 사소하지만 정말 중요합니다. 이 점을 지키지 않으면 경찰이 경고와
함께 총을 꺼내들고 올 지도 모릅니다.
2. 경찰에 묻는 것에 반드시 대답하고 나서 행동에 옮긴다.
- 이유 : 경찰이 라이센스를 보여달라고 할텐데, Yes 라고 확실히 얘기하고 나서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말 없이 손을 내리면, 총기를 꺼낼 수도 있다는 오해를 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총기로 경찰이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 두 가지가 사소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항입니다.
차를 길 옆 안전한 장소로 세웠고, 제 차 뒤로 경찰차가 라이트를 켠 채로 주차했습니다.
라이트 때문에 경찰차 안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 한 명이 만약을 대비해서 차 안에서 대기 중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경찰 한 명이 운전석으로 다가왔습니다.
행동요령대로 창문을 내리고 두 손을 최대한 공손하게, 가지런히 핸들 위로 올렸습니다. 경찰이 창문 너머로 제 얼굴을 확인하고, 영어로 얘기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영어로 대화해야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
더욱이 상대가 경찰이기에 지금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발음으로 표현해줬습니다.
“a little bit ^^; ”
U.S.A 경찰은 라이센스를 보여달라고 했고, 저는 다시 제 상황을 정확히 표현했습니다.
“in trunk... ^^; "
그리고 천천히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라이센스를 찾아 꺼내줬습니다.
U.S.A 경찰은 국제 운전면허증 사진과 제 얼굴을 대조해봅니다.
잘 생긴 실물과 달리 사진이 많이 다르게 나왔는데, 미국인 눈에는 다 똑같은 동양인인가 봅니다. 1초 만에 사진 확인을 마칩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미국 경찰에게 맞는다던지, 엄청난 벌금이라던지, 경찰서에 끌려간다던지...
다행히 “이번엔 경고입니다. 제한속도를 지키세요.”라고 얘기하고 다시 면허증을 돌려줬습니다.
너무 쉽게 상황이 정리되자 좀 얼떨떨하긴 했지만, 확실히 표현해줘야 했습니다.
“yes"
그리고 U.S.A.경찰은 차를 타고 돌아갔습니다.
보통 과속 벌금이 200~300 달러라고 합니다. 별 일 없이 상황이 잘 처리되어서 그런지 그 경찰이 참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키도 크고, 잘 생기기도 했고, 저랑 영어로 깊은 대화도 나눴습니다.
오랜 시간 야간 운전으로 조금 졸리기도 하고 피곤했는데, 방금 일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숙소까지 규정속도를 지키며 안전하게 잘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운전할 때 과속은 커녕, 법규를 잘 지키려 엄청 노력하고 있습니다.
ps. 나중에 주위 사람들을 통해 알아봤더니, 미국에서는 벌금을 집으로 청구하는데,
제가 국제면허증을 가진 외국인이다보니, 청구할 주소가 없어서 넘어갔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 경찰은 벌금을 떼는 것이 하나의 성과이기 때문에 단속을 정말 열심히 이곳저곳에서 합니다.
미국와서 제가 겪은 가장 큰 일이었기에 글이 제법 길었습니다.
미국에서 운전하시게 되면, 규정 잘 지켜주십시오~ U.S.A. 경찰은 안보이는 곳에 잘 숨어있습니다.